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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 에너지

[문과생을 위한 3분 수소] 그레이 수소, 그린 수소? (수소 생산방식)

by 글 잘쓰는 허생원 2021. 4. 22.

이전 글에서는 수소란 무엇인지, 왜 수소를 생산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이번에는 어떻게 수소를 생산하는지, 수소 생산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https://sheffield.tistory.com/71

 

문과생을 위한 3분 수소: 수소, 왜 수소인가?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고, 우주 원자 개수의 90%를 차지한다.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이다. 즉, 무한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주에 무한하게 많이 존재하다고 해서, 사용하기 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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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의 수소는 보통 화합물의 형태로 어딘가에 달라붙어서 존재한다. (쉽게 표현해서 달라붙어있다는 것이다.)

 

물(H2O)을 예로 들면, 물은 수소(H)가 산소(O)와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그런데, 산소와 붙어 물이 되어버린 수소는 수소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다. 수소 에너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분자형태의 수소(H2), 즉 순수한 수소가 필요하다.

 

물에 붙어 있는 수소(H)를 떼어내어야 한다

 

이렇게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에는 불친절한 형태로 존재하다 보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소만 떼어내야 한다. 이 과정을 ‘수소 생산’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에는 30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세 가지 방식이 있는데, 바로 (1) 추출(개질), (2) 부생, (3) 수전해 방식이다. 개념만 이해하기 위해 매우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추출 방식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

 

 

석탄과 천연가스에 붙어있는 수소를 떼어내는 방식이다. 생산비가 저렴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여, 전세계 수소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이 방식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다만, 석탄과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CO2가 다량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추출 과정에서 나오는 CO2를 처리하지 않는다면, 석탄/천연가스를 바로 태워서 사용하나, 수소로 만들어서 사용하나 별 다를 바 없는 방식. 가장 현실적이지만, 가장 친환경적이지 않은 방식이다.

 

(2) 부생수소 방식

 

석유화학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하는 방식

 

 

석유화학 제품과 철을 만들고, 원유를 정제하다 보면 여러 가지 부산물이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부산물 중에서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 부산물이 있는데, 이 부산물을 잘 정제하여 순도가 높은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다. 공정의 부산물이라 생산비가 저렴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CO2를 발생시킨다는 점과, 산업단지에서 주로 생산된 부생수소는 다시 산업용으로 자체 소비되어, 유통 및 판매될 수 있는 양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지금까지는 현실적인 방안이지만, 어디까지나 부산물이기 때문에 생산량을 대폭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3) 수전해 방식

 

물에 전기를 가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

 

 

물에 붙어있는 수소를 떼어내는 방식이다. 물(H2O)은 수소(H)2개와 산소(O)한 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에 전기를 가해 산소와 분리시켜 순수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물을 분해할 경우 CO2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중앙집중 생산 후 분배 방식의 수소 생산이 아니라, 수소가 필요한 곳에서 직접 수소를 생산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송전설비, 전력망 등 막대한 에너지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수전해 방식을 통해 얻은 수소의 에너지보다, 수소를 얻기 위해 써야하는 에너지가 더 커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물론 돈도 너무 많이 든다. 지금은 기술적 한계가 크지만, 언젠가는 가야할 정해진 미래이긴 하다.

 

방식이야 다르지만, 결국 위에서 언급했듯이 어딘가에 붙어있는 수소를 떼어낸다는 점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리고, 생산된 방식에 따라 이를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그린 수소’라고 분류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생산되는 과정에서 ‘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느냐에 따라 나뉜다.

 

 

 

 

(1) 그레이 수소 (Gray Hydrogen)

 

추출 방식을 통해 석탄,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할 경우, '그레이 수소'라고 한다. 수소는 수소이지만,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CO2를 발생한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방식이 아니다. 기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생 방식을 통해 생산한 수소도 생산 과정에서 CO2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그레이 수소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산과정에서 CO2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천연가스의 주성분은 메테인(CH4)이다. 추출 방식을 통해 천연가스를 분해할 경우, 메테인이(CH4) H4와 C로 갈라진다. H4에서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C가 공기 중에 나오면서 CO2가 발생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저렴한 방식이지만, 천연가스를 태워서 수소를 생산하나, 천연가스를 분해해서 생산하나 탄소가 나오기는 마찬가지.

 

현재 전 세계 수소의 절반 이상이 이렇게 생산되고 있을 만큼 가장 현실적인 수소이며, 생산비가 저렴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제성도 있지만, CO2를 배출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당분간은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궁극적으로 넘어서야 할 방식이다.

 

(2) 블루 수소 (Blue Hydrogen)

 

그레이수소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잘 처리하여, 발생량을 줄이면 블루 수소라고 한다. 탄소 포집, 저장, 활용 기술을 ‘탄소포집 기술’, 즉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라고 하는데, 그레이 수소에 이를 활용하면 블루 수소라고 분류한다. 즉, "블루 수소=그레이 수소 + CCUS". 탄소를 붙잡아서 어딘가에 저장하다보니, 공기중에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적다.

 

블루 수소의 핵심인 CCUS는 CO2를 잡아서, 압축하여 육상 또는 해양 어딘가에 잘 묻어두는 방식이다. 탄소를 포집하는 것 자체는 기술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으나, 문제는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이다.어디에 묻어둘 것인가도 문제고, 묻어둘 공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공정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왔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CO2를 배출하지 않았다고 하여 부생수소를 블루 수소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단계여서 회사마다, 국가마다 정의가 조금 다른 듯하다.)

 

(3) 그린 수소 (Green Hydrogen)

 

수전해 방식이 그린수소에 해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신재생 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로 생산한 수소가 ‘그린 수소’이다.최근 수소가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데, 이는 ‘그린 수소’를 사용할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레이수소나 블루 수소는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의 CO2를 배출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가장 이상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성이 부족한 방식이다. 수전해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하고, 풍부한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가 선행되어야 한다. 아직까지는 수소를 통해 발생시킬 수 있는 에너지보다, 물에서 수소를 분리시키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더 큰 상황이다.


앞으로의 수소 생산 방식은?

 

앞으로 2040년경 까지는 그린수소를 궁극적으로 지향하되, 현실적으로 블루 수소를 많이 사용하는 형태로 수소 생산 시장이 형성될 것 같다. 하지만, 수소 에너지가 진정한 의미의 미래 청정에너지가 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를 달성해야만 한다. 그린수소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수소도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최근 5년 새 수전해 설치 비용 및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 감소로 경제성이 향상되고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그린 수소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고,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그린수소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도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면 완전히 에너지 독립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건 에너지 자원과 상관없이 가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린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하여도,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와 해외에서 수입해온 그린 수소를 모두 사용할 수밖에 없다.

 

우선, 대한민국 영토내에서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해 공급 가능한 수소에너지 양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수소 에너지 양이 훨씬 많을 것이기 때문에, 해외 수입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중동이나 호주의 광활한 사막에서 태양광을 이용해 생산한 수소가 훨씬 저렴할 것이다.

 

해외에서 생산된 수소를 국내에 수입하고, 이를 국내 수요처 여기저기에 공급하기 위해선, 바다 건너 수소를 이동시킬 수 있는 저장 기술과 운송기술이 핵심이다. 다음번엔 수소의 운송과 저장에 대해 정리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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