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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원의 [부동산]/임장 [발로 뛰는 부동산]

[발로 뛰는 부동산] 분당 재건축은 언제쯤 되려나? 오금역에서 판교역까지 분당 임장 후기

by 글 잘쓰는 허생원 2023. 5. 13.

분당구 임장을 다녀왔다. 
작정하고 분당구의 남쪽 끝에 있는 오리역에서부터 북쪽 끝에 있는 판교역까지, 
오리역 → 미금역 → 정자역 → 수내역 → 서현역 → 이매역 → 판교역 코스로 임장을 다녀왔다. 
임장이라고는 하지만... 수인분당선을 타고 오리역에서 내려서 판교역까지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했기 때문에 어쩌면 20km 러닝을 하고 온 셈이다. 


분당의 재건축 떡밥

분당 임장을 다녀오고 느낀 점은 딱 세가지 이다. 

1. 분당은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2. 하지만, 분당은 오래 되었어도 생각보다 정말 살기 좋은 동네다.
3. 이렇게 살기 좋은 곳이 재건축이 가능할까? 

아주 어릴 적 분당에 살 뻔한 적이 있었다. 몇 살인지 기억도 안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가. 무려 90년대 초 '대우 누비라'쯤 되는 부모님의 차를 타고 분당을 온 적이 있다. 이제 막 서울에서 살 곳을 찾던 부모님이 멀리멀리 분당까지 내려오셨던 것이다. 당시 분당은 막 1기 신도시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내 기억 속의 분당은 공사장과 컨테이너 박스였다. 
 

분당 신도시 개발 전

 
그리고, 아버지 친구가 분당에 살게되면서 1~2번 왔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한창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었고, 상당히 살기 좋은 동네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새 30여년의 시간이 지나 다시 1기 신도시 특별법과 분당 재건축 떡밥과 함께 다시 분당을 찾게 되었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내가 늙은 만큼 분당이라는 도시도 정말 많이 '늙었다'. 1기 신도시가 80년대 말 노태우 정부 때 시작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종로구와 같은 서울의 구도심에 비하면 이곳은 말 그대로 가장 현대적인 '신도시'였다. 하지만, 어느새 세월이 훌쩍 흘렀고, 이 동네도 당시의 감성 그대로 오래 낡아버렸다. 덕분에, 30을 넘긴 나 역시 분당만큼 오래되었구나... 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간판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옛날 감성

특히, 30년이 흐르는 시간 동안 서울도 늙었지만, 서울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해서 그 시간동안 청계천이 만들어졌고, 몇 차례의 재건축-재개발이 있었고, 새로운 상권이 들어서면서 빠르게 오래된 풍경이 교체되었지만, 분당은 새로운 일자리, 상업시설이 들어올 필요가 없는 완벽한 주거지여서 이곳에 처음 들어온 주민들의 모습과 함께 그대로 시대를 간직한 느낌이 더 강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작정하고 만든 도시답게 '정말 살기 좋은 평화로운 동네'라는 것이다. 서울에도 재건축을 앞두거나, 재건축을 시도하는 동네가 많다. 서울에서 재건축을 할 정도면 정말 얼핏 보기에도 '심각하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다. 재건축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분당은 오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정말 살기 좋은 동네였다. 잘 나이 든 미중년의 모습이랄까. 일단, 대형 초중고를 확실하게 품은 단지, 단지 내 조성된 공원, 탄천, 상업시설, 잘 정비된 도로 등 뭐 하나 나무랄 것이 없는 동네였다. 오히려, 너무 평화로워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 정도. 

탄천을 낀 분당. 빠지는 것 없이 살기 좋은 동네

그래서, 분당 임장을 마치면서 과연 이 곳이 언제쯤 재건축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분당 인도교 붕괴 등, 분당도 슬슬 노후화된 모습을 보이고, 도시 전체도 오래된 모습을 보이면서 분명, 언젠가는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좀 아파트 이름이 옛날 감성인 거 말고는 크게 흠잡을 것 없이 살기 좋은 동네다.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이 동네가 재건축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하게 된다면 어디가 먼저 진행될까?


분당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집 값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상업 인프라, 일자리, 그리고 신분당선 탓이라고 본다. 
위로 올라갈 수록, AK 플라자, 현대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상업 시설이 많아지고, 
Naver, 두산, 판교 테크노 밸리 등 우량 일자리가 많아지며, 
그 외에도 수인분당선이 신분당선과 합쳐진다. 
 
물론, 분당 중앙공원도 한몫을 하겠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분당은 탄천을 끼고 형성되어, 어디에서든 공원과 자연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리역에서 판교까지... 처음에는 만만하게 보았는데 대략 4~5시간 걸린 것 같다. 역을 따라 일직선으로 간 것도 아니고, 중간중간에 주요 단지들을 한 바퀴씩 돌면서 갔으니 이 정도 걸릴만했다. 그래도 4~5시간 운동하면서 분당에 대해 느낌 잡은 거 생각하면, 뭐 가성비 나쁘진 않은 임장이다. 


오리역

오후 4시쯤... 시작은 오리역이었다. 오리역은 분당구 남쪽의 맨 마지막 역이다. 
좋은 동네였지만, 오래된 느낌을 지을 수 없는 이 곳. 

오리역 인근:  약 6 ~ 9억으로 시세 형성

오리역의 시세는 분당 치고는 좀 낮은 편이다. 분당의 중심지라고는 할 수 없는 입지이기 때문.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그럼에도 뭔가 90년대 후반 ~ 00년대 초반에 멈춘 것 같은 동네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구 백화점의 곰돌이와 과거 유행했던 Amway가 주는 감성.

일자리로 삼성웰스토리도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삼성 그룹 계열사 사내식당 회사인데, 과연 어느 정도 규모 일자리인지는 모르겠다. 

오리역 역세권 아파트로 수지 벽산 블루밍 1,2 단지 아파트, 수지 벽산 3, 4단지 아파트가 있다. 시세는 위에서 말한 대로 소형평수 기준 6~9억대, 대부분 97년도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이다. 97년이면 아직 30년 연한을 못 채워서 재건축 프리미엄을 받진 못한 가격대인 듯하다. 

단지 뒤 쪽에 신분당선 동천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다. 경부고속 도로 밑을 지나 동천역으로 연결되는 듯. 


미금역 

오리역에서 미금역으로 가는 길. 가는 길에 탄천에서 삐져나온 조그만 동내천을 지나간다. 오리역과 미금 사이에는 딱히 주거, 사업 시설은 없다. 다만, 동내천과 머내공원이라는 녹지가 한동안 펼쳐져 있다. 정말 평화로운 주거 지역이다. 

미금역 도착. 

오리역에서 미금역으로 올라오면서 상가나 단지가 커지고, 그만큼 북적북적해지는 느낌이다. 오리역은 좀 더 한적한 외곽 동네였다면, 미금역부터는 밀집 주거지역 느낌이랄까. 미금역 주변으로 대형 상업용 빌딩과 2000년대 감성의 간판이 빼곡하게 보인다. 

미금역 일대: 약 8 ~ 16억에 시세 형성. 역에 인접해 있는 단지는 10억을 넘기고, 역과 멀지만 탄천을 끼고 있는 고급 빌라는 16.8억을 찍기도 한다. 

미금역을 향하는 길에 가장 먼저 보이는 단지는 까치마을 건영빌라이다. 건영건설이라고 한동안 LIG 계열에 들어갔다가 나온 듯하다. 이곳도 정말, 대한민국 최대 신도시 분당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화롭고, 또 오래된 단지다. 
 
미금역 신분당선과 수인분당선을 끼고 있는 초 역세권이고 용적률도 낮아서 향후 재건축이 된다면 사업성이 좋아 보인다. 다만, 단지가 작아서 건너편 빌라와 통합을 하면 더 시너지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영빌라 단지 너머로 2001 아울렛이 보이는데, 이것도 확실히 예전 2000년대 초반 감성이다. 


정자역, 수내역, 서현역 일대

정자역, 수내역, 그리고 서현역 일대. 이 쪽으로 넘어오면서 Naver, 두산타워를 비롯한 대형 건물과 일자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무려 국내 최고 IT 회사 네이버 사옥이 있는 동네. 

 

정자역, 수내역, 서현역 일대: ~ 약 18억. 정자역 역세권에 17.9억을 찍는 단지가 등장하고, 수내-서현역 인근에 중앙공원을 두고 17.7억짜리 단지가 등장한다. 

정자역은 정말 살기 좋은 주거 동네이다. 정자역 일대에 상업/사무 단지가 모여 있고, 구름다리를 걸어 탄천을 건너면 느티마을 우성아파트, 한솔마을 주공아파트, 한일 3단지, LG 2단지, 청구 1단지, 정든 마을의 한진 6,7,8단지, 동아 1,2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주거 단지의 연속이다. 
 
잘 정비된 단지가 넓게 들어서 있다보니 한데 어우러져 정말 평화로운 도시라는 느낌을 준다. 직장인 입장에서는 평화로운 휴식처이자, 아이들 입장에서는 뛰어놀기 좋은 안전한 동네이다. 분당이 생긴 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오래되었지만 안정되고 평화롭다는 느낌을 주는 이 동네가, 30년 전 처음 생겼을 때 당시 기준으로 얼마나 좋은 동네였을까 싶다. 

서현-수내역 일대는 조금 더 분당의 중심이라는 느낌과 함께 상업시설이 잘 발달된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일대를 보면 왜 분당이 잘 개발된 계획 신도시인지 알 수 있다. 분당 구청와 분당 중앙공원을 중심으로 좌우에 수내역과 서현역이 균형감 있게 뻗어 있다. 그리고 수내역에는 롯데백화점이, 서현역에는 AK 플라자라는 대형 상업시설이 동네의 상권을 받쳐주고 있다. 번화한 상업시설을 깔아 두고 그 앞으로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다. 그 사이사이로 학원가, 외식, 상가 등이 들어서 있고, 그 아파트 단지들은 분당 중앙공원을 공유한다. 

수내역 롯데백화점
서현역 AK 플라자
서현역 상업지구
수내역과 서현역 사이의 분당중앙공원

그리고 서현역 앞 시범단지도 둘러보고 왔다. 아래 사진은 시범단지 삼성한신아파트. 시범단지는 서현동에서, 어쩌면 분당구 전체에서 가장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동네이다. 가장 오래된 단지이고, 주민 동의율도 높고, 시범단지의 4개 단지가 통합하여 추진할 경우 보기 좋은 구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지금도 좋은 동네인데 재건축이 되면 얼마나 좋아지려나. 정말이지 오래된거 빼면은 뭐 하나 흠잡을 게 없는 완벽한 주거지역이다. 

서현역을 지나 이매촌 금강1단지, 한신 2단지, 청구 6단지 아파트를 지나니 어느새 이매역이 나왔다. 이매역 일대도 생각해 보면 정말 입지가 좋은 곳이다. 이매역은 수인분당선과 경강선이 교차하는 곳이고, 무려 도보로 판교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또, 수서평택 고속선이 공사 중이니 앞으로 입지가 정말 좋아질 곳이다. 다만 고도제한이 걸려있어 재건축 움직이 활발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매역을 뒤로 하고 탄천을 건너 오늘의 종착지인 판교로 향한다. 탄천만 건너면 서울 강남을 위협한다는 판교다. 


마지막 임장지, 판교

드디어 판교다. 이매역에서 탄천을 지나 계속 걷다 보면 갑자기 2020년대 감성을 뿜는 건물이 하나 등장하는데, 바로 판교 현대백화점이다. 판교 현대백화점, 그리고 그 일대에 정비된 산책로와 함께 동네의 분위기가 급격히 변하는 느낌이다. 

뛰면서 찍어서 조금 흔들렸다 ㅠㅠ

판교는 이전의 분당구보다 좀 더 화려하다. 무려 양질의 일자리, 고급 상업시설, 녹지공간, 주거공간이 한 번에 해결되는 동네. 그리고 판교역에서 강남역까지 무려 13분, 신사역이면 20분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심지어 동네도 분당보다 늦게 개발되어 더 신도시인데, 그래서인지 판교에는 대형평수이긴 하지만 20억을 넘기는 단지들도 많이 보인다. 
 
판교역 주변으로는 카카오, 네이버웹툰, 현대제철 등이 있고,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안랩, 한컴, 한화 솔루션, SK 케미컬, NC 등이 있다. 분당을 돌아다니면서 주거단지로서는 정말 평화롭고 완벽하지만 일자리가 없고 오래되어 다소 에너지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판교는 양질의 일자리와 대형 사업시설과 새롭게 들어선 건물들로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분위기이다. 

판교:  ~30억. 10억 후반 ~ 20억을 넘기는 단지가 많고, 물론 대형 평수이긴 하지만 30억을 넘기는 단지도 등장한다. 

오금역에서 판교역까지. 직접 걸어다녀본 덕분에 서울촌놈이 분당의 느낌을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다. 역시 부동산은 직접 발로 뛰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판교는 이미 서울이 아니라는 점 빼고는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는 동네라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아직도 구도심이 있고, 관광객들이 점점 많아져 다소 슬럼화되고 혼잡해진 서울에 비하면, 판교는 더 새롭고, 더 화려했다. 경복궁, 덕수궁, 남산타워 빼고는 있을게 다 있다. 
 
분당은 확실히 정말 살기 좋은 동네다. 다만, 시간이 벌써 30여 년이 지나고, 일자리나 상업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채 그 동네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다 보니 다소 에너지가 떨어지고 과거에 머물고 있는 느낌을 주는 동네였다. 하지만, 평지와 탄천과 같은 녹지공간, 완벽한 인프라와 학군, 대형 주거단지가 주는 평화로움은 분당의 큰 장점이었다. 그래서 분당 재건축의 포텐셜이 기대되는 것 아닐까. 이렇게 좋은 동네 분당의 재건축이 언제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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