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동안 '취준생의 비애'라며 유행했던 짤방이 있다. 신입으로 취직해서 경력을 쌓으려는데 경력이 필요한 답답한 상황을, 가위를 쓰려는데 가위가 필요한 상황에 비유한 짤방이었다.
'탈석탄'은 외치는데 석탄시장은 때 아닌 호황
최근 석탄 시장이 호황을 맞이했고, 석탄 물동량이 증가했다는 기사를 보고 저 가위 짤방이 생각났다. 석탄 발전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석탄 발전을 이용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탈석탄'과 '탄소중립'을 외치는데, 역설적으로 최근 석탄 시장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발전용 석탄 가격은 세배 가까이 올랐고, 이런 가격 수준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석탄 사용을 줄이겠다고 태양광, 풍력 발전소도 많이 짓고, 석탄 발전소도 없애고 있는데 왜 석탄 시장이 때 아닌 호황일까?
석탄을 줄이기 위해, 석탄이 필요한 상황
탈석탄을 위해 태양광 사용을 늘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태양광 설치를 늘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려면, 네모난 태양광 패널이 필요하고, 태양광 패널을 만들려면 '폴리 실리콘'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폴리 실리콘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폴리 실리콘 세계 생산량의 2/3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고, 중국은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발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런 상황을 보고 가만히 있을리는 없다. 태양광 패널의 탄소배출여부를 추적하고,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만든 폴리실리콘을 구매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이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망을 장악해버린지라, 경제성이 걸림돌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석탄 발전소에서 나온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석탄을 없애기 위해선, 석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산업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바꾸기 위해선 결국 대규모 에너지가 필요할 텐데...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고 산업 구조전환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없을까?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108013022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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