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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 에너지

[에너지 메모] 재생에너지가 만드는 새로운 미래 [에너지혁명 2030]

by 글 잘쓰는 허생원 2021. 7. 18.

정보기술혁명은 권력과 지성을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이동시켰다. 불과 30년 동안에 대형컴퓨터에서 소형컴퓨터로, 다시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휴대폰과 태블릿을 이동했다. p.33

기술의 발전은 '소수의 사람들만 소유하던 거대한 것'에서 '다수의 사람들도 소유할 수 있는 자그마한 것'을 향해 달려온 듯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폰일 것이다. 과거 소수의 사람들만 사용하던 슈퍼컴퓨터를, 이제 스마트폰의 형태로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에너지산업은 여전히 중앙집중형/일방향적 모델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거대한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면, 송전선을 타고 지역 곳곳으로 전기가 공급된다. 전기 생산량과, 생산방식, 생산 계획은 모두 거대 에너지 기업과 국가기관의 결정을 통해 이루어 진다. 이런 기술, 산업 모델이 10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산업이 가장 보수적인 산업중에 하나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20여년간 IT, 통신, 유통 산업에서 본 규모의 혁명이 에너지 산업에서도 나올 것 같다. 중앙집중형/일방향적/공급자 중심 발전 모델에서 벗어나 분산형/쌍방향적/참여형 발전 모델로 기술과 산업이 바뀔 것 같다.

최근의 이런 변화의 조짐은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자율주행차 분야의 발전에서 조금씩 보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과 바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이상 중앙의 거대한 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마 전기 저장기술과 수소 등 더욱 다양한 에너지 기술이 발전되면 에너지산업도 점차 중앙 집중적인 모델에서 바뀔 것이다. 거대기업만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전력생산과 거래를 민간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소규모로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전기차에 충전된 전기를 뱉어내어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전력거래의 흐름이 쌍방향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전기차에 전기를 충전해놓고, 남은 전기를 판매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내 전기를 나누어 줄 수 있을만큼 배터리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에너지 산업에도 애플급의 변화와 혁명이 닥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에너지산업은 계층적이고 지휘 통제적인 세계다. 대형 에너지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은 소수의 개인과 이사회에서 이루어지며 대부분의 의사결정은 사용자나 사회에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다. P.95

에너지 산업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에너지 산업은 계층적이고, 지휘통제적이며, 소수의 조용한 거래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과거 권위적이고, 배타적인 문화가 아직 남아있을 수밖에 없는 산업 구조이다.

IT산업도 비슷했다. 과거에는 컴퓨팅 기술, 그리고 정보는 소수 권력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IT 산업이 중앙집중형 컴퓨터와 폐쇄적인 정보망을 붕괴시키면서 세상이 변했다. 세상은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이고,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누구나 정보를 열람하고, 생성하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산업이 변화하면, 세상이 변하게 된다. 그래서 세상이 지금보다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에너지 산업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가늠할 수 없는 원자로, 발전소 산업 모델이 변해야 한다. 에너지 산업 특유의 폐쇄적이고, 중앙집중적이고, 지휘 통제적인 산업구조가 베네수엘라, 러시아, 사우디, 이란 등 에너지 부국들의 폐쇄적인 정치체제와 경제체제를 가능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국가가 에너지 산업에 크게 의존하면, 결국 국가의 전반적인 정치체제와 사회분위기도 그 산업의 특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석유 시추부터, 운송, 그리고 발전까지 소수의 사람들의 판단과 지시에 의해 한치의 오차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에너지 산업의 특성이 그 국가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을 일이다.

태양광발전은 에너지 생산을 중심(대규모, 중앙 집중, 거점 중심의 발전소)에서 가장자리 (소비자가 있는 곳)로 이동시키고 있다. 신경마디들은 더 작아지고 더 많이 연결되었으며 더 똑똑해졌다. P.34

상당수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서 구글을 통해 정보를 얻고 정보통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듯이, 모든 사람들이 소형발전기, ESS, 태양광, 풍력 발전을 통해 중앙에서 통제하는 전기발전에서 벗어나는 날이 올 수도 있다. 식료품 유통망이 거대한 이마트에서 동네 골목의 편의점까지 세분화 되듯이, 전력 유통망도 중앙의 발전소와 전력거래소를 기본으로 하되, 개개인이 소규모 본인이 쓸 전기는 본인이 알아서 생산하는 그런 시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또 한번 중앙의 통제와, 자원을 가진 자들의 통제에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을 것이다.

IT산업과 에너지산업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속도와 원가절감에 한계가 있다는 말도 있다. 물론, 아직 기술, 산업, 정책적으로 가야할 길이 멀지만,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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