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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 에너지

[에너지 뉴스]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

by 글 잘쓰는 허생원 2023. 6. 3.

제2의 'Spindletop', 풍력발전

1901년 텍사스 남서부 Spindletop 유전에서 대량 석유 시추에 성공하였다. 이전에도 석유 시추는 있어왔지만, 대량생산 및 대량소비가 가능할 정도의 규모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Spindletop 유전의 성공과 함께, 석유공룡 Texaco가 시작되었고, 텍사스, 나아가 미국의 석유화학 사업이 시작되었다. 

1901.1월 Spindletop에서 처음 대량 시추에 성공하는 모습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10년대 초반, 텍사스에서 제2의 Spindletop이 개발되고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오일&가스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풍력발전이었다. 당시 텍사스의 주지사였던, Rick Perry는 풍력발전의 타워를 Spindletop의 분유정과 비교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2010년대 초반 장밋빛 전망과 함께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성장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텍사스 주지사 Rick Perry


텍사스 재생에너지 사업의 시작과 성장

이후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였다. 오일&가스 사업으로 성장했던 텍사스가 최근 기후위기 및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타격을 입는 동안, 재생에너지는 오일&가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효자 사업으로 빠르게 성장하였다. 

 

현재, 풍력과 태양광이 텍사스 전체 전력 생산의 31%를 차지하고 있는데, 가스발전이 43%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에너지 관리청 (EIA) 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천연가스가 약 17.5GWh의 전력량을, 수력발전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즉, 태양광과 풍력이 12.5GWh의 전력량을 생산했음을 볼 수 있다. 

 

또, 텍사스는 미국 전체에서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캘리포니아 다음으로 높은 2위이며, `22년 미국내 신규 설치된 재생에너지 중 1/3 이상이 텍사스에서 설치되었을 정도였다. 

출처: EIA (미국 에너지 관리청)

 

 

이와 같은 텍사스 재생에너지 사업의 빠른 성장은 정책적 지원에 기인한다.  당시 주지사였던, George W. Bush 는 1999년 텍사스의 전력시장을 탈규제 (Deregulation)하는 정책을 마련하면서, 독점 Utility 사업자의 기능을 해체하고 경쟁 입찰 체제를 도입하였다. 이때 도입한 정책 중에 2009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2GW 들리겠다는 계획도 있었는데, 이 정책과 함께 시작된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계속해서 계획량을 초과 달성하며 성장하였다. 

 

또한, 연방 차원에서 실시된 세금 정책도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확산에 엄청난 기여를 하였다. '생산세액공제' 즉, 일명 PTC (Produciton Tax Credit)라고 불리는 세금 공제 제도는 1992년에 처음 발표된 이후, 계속해서 연장과 수정을 거듭하며 지속되어 왔는데, 풍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력량에 대해 세금을 공제하는 포인트를 주는 정책이다. 이 덕분에 한동안 풍력발전사업자들은 전력 가격이 Zero 혹은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수익을 거둘 수 있을 정도였다. 또, Property Tax에 대한 공제가 들어가면서, 그 결과 재생에너지는 가장 저렴한 전력 발전원이 되었고 급격이 성장할 수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텍사스

 

현 텍사스 부주지사

그런데 얼마전, 텍사스 현 부주지사 Dan Patrick는 "재생에너지는 사치재 (Luxury)"라는 말과 함께 재생에너지의 인허가와 세금 감면의 장벽을 높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전통화력발전의 건설과 운영은 장려하는 방향성의 정책을 만들겠다고 하였다.  이는 재생에너지를 제2의 Spindletop으로 바라보던 10여년 전과 달리, 재생에너지를 대하는 텍사스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음을 반영한다. 

 

첫 번째 이유는 재생에너지를 대하는 대형 부지주들의 태도 변화이다. 일단,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려면 가장 먼저, 태양광 패널 혹은 풍력 타워를 설치할 땅이 필요하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의 시발점은 좋은 부지 확보라고 할 수 있는데, 주로 이런 땅의 주인들은 돈 많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백인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 돈 많은 부지주들이 본인 땅에 재생에너지 설치를 반대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주된 이유는 재생에너지 개발 과열 경쟁에 따라 너무 많은 개발 업체들이 들어서며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였고, 본인 땅에 재생에너지가 설치될 경우 사생활이 침해될 까 우려되고, 부지의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King Ranch 모습

일례로, 미국 남서부에 Val Verde County에 King Ranch라는 목장이 있다. 이 목장의 크기는 약 800,000 에이커로 감도 잘 안 오는 크기이겠지만, 무려 룩셈부르크보다 큰 목장이라고 한다. 큰 크기 말고도 광활한 평야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인해 매우 유명한 목장이다. 광활한 부지를 보고 많은 재생에너지 개발업자들이 접근을 해왔지만, 해당 목장의 주인은 재생에너지가 들어설 경우 목장의 경관이 망가지고, 자연환경의 흐름이 훼손된다는 이유로 재생에너지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Alpin Sun이라는 유럽계 태양광 개발 업체가 텍사스 북부에 위치한 1,700에이커 부지주에게 접근하였는데 해당 부지주는 '부지에서 풍력 타워나 태양광이 보일 경우 부지의 미적가치가 떨어지고, 부지의 가치도 함께 하락한다'는 이유로 적지 않은 금액의 Lease 비를 거절하였다고 한다. 

 

물론, 재생에너지 사업에 반대하는 부지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위에 언급한 유럽계 태양광 업체 Alpin Sun이 접촉했던 다른 부지주는 64세의 노인이었다. 그는 은퇴하고 용돈 벌이라도 할겸 부지에서 건초와 소 몇 마리를 키우며 적은 수입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Alpin Sun은 그와 30년 부지 장기 임대 계약을 맺었고, 결국 태양광 사업으로 그 노인은 평소 벌던 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그것도 40%나 더 많은 수익을 거두며 태양광 사업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그는 태양광 사업을 'Godsend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까지 표현하였는데, 이처럼 가치 없던 부지에서 예상치 못한 고수익을 거두는 부지주들도 있기 마련이다. 

 

두 번째로는 전통화력 발전사업자들의 로비 활동이다. 결국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전통화력 발전 사업자들은 2021년 2월 텍사스 Winder Strom 당시 재생에너지가 무기력하게 무너지며 대정전을 가져온 사례를 들면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전통 발전원을 늘려야 한다고 로비를 펼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민주당 바이든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반대의사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각 부지주들의 개인적인 이유, 혹은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사업 분위기가 바뀌는 추세이다.


지난 10년간 텍사스는 미국의 재생에너지를 이끌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였고, 수많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제2의 Spindletop을 기대하며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2021년 2월 텍사스 Winder Storm 당시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모습, 개발 경쟁 과열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는 부지주들,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압박하는 보수정당 및 전통화력발전 사업자, 그리고 점차 장벽이 높아지는 재생에너지 관련 인허가 및 세금 감면. 지금까지의 모습만 보아서는 텍사스의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난 10년간 정점을 찍고, 적어도 이제 현상유지의 길로 가는 것만 같다. 과연 텍사스 재생에너지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 출처 ※

https://www.wsj.com/articles/texas-clean-energy-renewables-opposition-a654a2d5?mod=Searchresults_pos9&page=1 

 

Texas, a Clean-Energy Pioneer, Turns Against Renewables

The state welcomed wind and solar power for years, fueling rapid growth. Now Republicans want a rollback.

www.wsj.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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