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 세대교체야 10년이 멀다 하고 나오는 이야기지만, 최근 흔치 않은 세대교체가 목도되고 있다. 바로 에너지 전환이다. 석유가 에너지 패권을 장악한 지 무려 100여년 만이다.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기대감과 석유 수요 관련 부정적 전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재 에너지 업계는 과도기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 코로나 19 사태 전부터 석유 산업의 골든 사이클이 끝났다는 판단 하에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포착돼 왔다. 다수 석유 기업들이 신·재생 에너지 분야로 진출하거나 석유 화학 등 다운스트림 사업을 강화하는 모습이며,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각각 미국과 유럽의 석유 업계를 주도하는 엑손모빌과 BP의 노선이 뚜렷이 대비되는 모양새다.
대표적으로 유럽의 오일 메이저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는 아예 정체성을 바꾸기로 했다. 더 이상 석유 회사가 아니라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엑손모빌은 내년까지 유럽 인력을 최대 1600명 감원하는 등의 구조 조정을 단행했을 뿐, 앞으로도 하던 대로 석유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505728
석유 시대의 종말? "누구 마음대로?" - 이코노믹리뷰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새로운 세대가 왕성히 활동하고 있으니, 당신들은 조만간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기성세대가 들으면 어떻게 반응할까.아마도 몹시 괘씸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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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이 올 3분기 6억 8000만 달러 순손실을 봤다. 3분기 연속 적자다. 그러나 엑슨모빌 외 다른 주요 에너지기업들은 올 3분기 들어 적자를 면한 곳이 대부분이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10309035i
다른 석유메이저는 이익 내는데…엑슨모빌만 '3분기 연속 적자' 왜?
다른 석유메이저는 이익 내는데…엑슨모빌만 '3분기 연속 적자' 왜?, 토탈·셰브런·BP, 3분기 '소폭 이익' 코로나19·저유가 와중 적자 면해 美 최대 엑슨모빌은 3분기 연속 적자
www.hankyung.com
'에너지 100주년 주기'라는 말이 있다. 한 종류의 에너지가 주도적인 에너지가 되기까지 약 100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석탄이 그러하였고 석유가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1820년대 1차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 철강산업과 함께 석탄 중심의 에너지 시대가 열렸다. 당시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5% 비중도 안되었던 석탄은 산업혁명과 함께 19세기 말에는 50%에 근접하게 되었다. 1차 산업혁명과 함께 '석탄의 100년 시대'였던 것이다.
하지만 20세기가 시작되고 2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석탄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석유의 시대가 시작된다. 미국을 포함한 서구 국가를 중심으로 중공업의 발달, 내연기관차의 등장으로 석유 중심의 에너지 시대가 열린다. 1880년경 석탄과 마찬가지로 소비 비중이 5%도 안되었던 석유는 1970년대 들어서 40%에 육박할 정도로 주도적인 에너지원이 되었다. 즉, 그러다 1970년대 말 오일쇼크 이후로 100년 만에 점점 에너지 헤게모니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즉, '19세기, 1차 산업혁명, 증기기관차'와 함께 석탄의 시대가 열렸다가 저물고 '20세기, 2차 산업혁명, 내연기관차'와 함께 석유의 시대가 열렸다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전기차'의 등장과 함께 석유의 시대도 저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현상은 코로나 이슈로 인해 저유가가 지속되고, 에너지 전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위 기사는 '100년만에 그 석유의 패권이 무너지고, 신재생 에너지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라는,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의견에 대한 글이다.
'정말로 석유는 코로나 이후 패권을 내려놓을까? 그 자리를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할까?'
이를 두고 대서양의 대표적인 오일 메이저 미국의 엑손모빌과 영국의 BP의 행보가 갈리고 있다. 둘의 행보가 달라 흥미롭기도 하고, 둘 중 하나는 시대를 역행해서 사라지고, 다른 하나는 시대를 타고 혁신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흥미롭다.
엑손모빌은 석유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여, 석유 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고
BP는 석유의 시대가 끝났다고 생각하여, '종합 에너지'기업을 표방하며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물론 '탈화석연료, 신재생'이 대세인지라 지금까지의 중론은 BP는 기민하고 영리한 기업으로 평가받고, 엑손모빌은 상황 파악하지 못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공룡 취급을 받고 있다.
그런데 '석유시대의 종말'을 두고 엑손모빌의 행보에 힘을 보태는 의견이 있어 흥미롭다. 석유수요는 앞으로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엑손모빌과 석유의 미래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석유 실수요와 가격사이 간극:
유가와 석유 수요는 연관성이 있기는 하지만, 상이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유가'는 정치적, 심리적, 투기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등락폭이 크지만, '실물'인 석유는 언제나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가격은 미친 듯이 요동쳐왔지만, 석유는 언제나 묵묵히 20년간 연평균 1.2%가량의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즉, 아무리 저유가 시대여도, 마이너스 유가 시대여도 '실수요'는 묵묵히 제 갈길을 간다는 것이다.
2. 에너지 사용 인구 증가:
선진국이나 인구가 줄어들고 있지, 세계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중산층도 증가하고 있고, 에너지의 혜택을 못받다가 받게 되는 인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 인구가 증가하면 당연히 전력수요가 증가할 것이고, 석유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석유는 '전력'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입고 있는 옷 등 모든 소재에 쓰이는 '필수재'라는 것을 감안해 보았을 때 석유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3. 신재생에너지의 현실성: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믹스에 '추가'될뿐, 석유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재생이 2040년까지 IEA추정으로 최대한 증가해봤자 20.7%라고 한다. 이 정도 증가폭으로는 석유의 수요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전력 생산의 37%를 차지하는 석탄을 안 쓰고, 더군다나 탈원전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만으로 수요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4. 내연기관차의 꾸준한 증가
물론 전기차의 등장으로 인해 내연기관차의 시대는 저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전기차의 등장이 내연기관차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아무리 증가해도 내연기관차의 수는 현수준, 혹은 이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말대로 아직도 석유는 쓸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도 석유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해서 꾸준히 사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석유'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석유기업'에게도 좋으라는 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기업은 약간의 성장이나, 현상유지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변하는 것보다, 기술이 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해야 겨우 현상유지를 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석유기업 중, 이미 60~80불대 석유가를 생각하고 뛰어들어 본전도 찾지 못하는 회사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 기업에 인재도 모이지 않을 것 같고, 계속해서 밀리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 석유는 분명 계속 사용할 것 같지만, 석유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얕은 지식에서 나온 생각이니 앞으로 BP와 엑손모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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